역경을 이겨내는 능력, 그것을 키워내는 교육
미국 역사상 가장 피해가 심하다는 허리케인을 두 개 겪어보았습니다. 12년 전 뉴올리언즈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쉽지 않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지켜보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직간접적인 피해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연쇄 반 응도 여기저기 많이 보입니다. 이런 엄청난 피해로부터 회복되려면 과연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모될 것인가 한숨 쉬게 됩니다.
재난은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옵니다. 실제로 12년 전 뉴올리언즈에서는 사는 지역이 옮겨지는 것은 물론, 대학 교수이던 분이 직장을 잃고 (종합 대학이 단 과대를 전면 폐지하게 되면서) 조그만 비지니스를 시작하는 모습도 보았고, 반대로 보험금을 많이 받아 오히려 형편이 나아지는 분도 있었습니다. 희비가 엇갈리기도 하고 삶의 궤적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모습들을 보며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한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닙 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점은 오늘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과연 우리에게 존재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역경지수(Adversity Quotient)”라는 책의 저자인 폴 스톨츠 박사(Dr. Paul Stoltz)에 의하면 역경을 잘 이겨내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인지된 통제력(Perceived Control)” 이 잘 확립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주어진 상황에 대해 자신의 행동과 노력이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는가, 상황을 개선해 나가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물론 일이 잘 되지 않아도 계속 노력하는 끈기, 일이 잘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 망도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당한 어려운 상황을 바꿔 나갈 수 있다는 자신의 영향력에 대한 기본적인 확신이 없으면 역경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몬테소리 교육이 가르치고자 하는 핵심 가치가 바로 역경을 이겨내는데 가장 필요한 ‘인지된 통제력’을 고양하는 방법을 계발하고 적용하는데 있다는 점은 놀랍습니다. 아이들이 어른처럼 역할 할 수 있는 환경과 교구들을 제공함으로써 아이들에게 독립심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그 교육 시스템, 바로 그 철학이 역경 극복의 가장 핵심적인 인지된 통제력 (Perceived Control)을 키우는 틀 이 됩니다. 따라서 몬테소리 교육의 이런 철학을 이해하는 교육자는 아이들을 대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태도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인지된 통제력”의 개념이 바로 교육자들이 요즘 매우 강조하고 있는 끈기와 저항력—Grit and Resiliency—입니다. 대단한 개념들인 것 같지만 지혜로운 교육자들은 아이들이 이런 능력을 자연스레 키워낼 수 있는 커리큘럼과 환경을 만들어 냅니다.
좋은 학교에서 좋은 선생님들에게 배우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기본적 습관과 인간관계 및 학습의 틀이 형성되는 영유아 시기에 이런 능력들 이 확립될 수 있음을 알고 있고, 또 그 방법을 만들어 나가는 좋은 교육자들로부터 교육받는 것은 일평생 자산이 됩니다.
영유아 교육은 ‘Daycare’가 아닙니 다. 장난감 몇 개 던져주고 기저귀만 갈아주면 되는 교육이 아닙니다. 비전을 가진 교육, 철학이 있는 교육, 원칙을 실천하는 교육, 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교육—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