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부정적 감정을 어떻게 해결할까?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아, 지금 내가 그 때의 나에게로 돌아가서 위로해 주고 싶은 기억’이 있으신가요? 즐겁고 행복한 때도 많았지만 힘들고 슬퍼도 아무런 위로나 도움을 받지 못했던 기억이 한 두 가지 정도는 다들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제는 그런 어려움의 경험들이 한 사람의 평생에 좋게든 나쁘게든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어린 때 받은 상처와 아픔의 영향들로 회복하는 방법 (adverse childhood experience, ACE)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이 있습니다.
허리케인 하비가 언제 있었냐는 듯 아무런 느낌 없이 사는 분들도 많지만 아직도 집과 삶이 복구되지 않아 힘들게 지내는 분들도 많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많은 것들이 갑자기 바뀌어 버린 삶,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지만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아이들은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허리케인이야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많은 환경적 위험 요소들 속에서 자라납니다. 2016년 어린이 건강에 대한 미국 정부의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의 절반 이상이 부모들의 학대, 방치, 가정내 폭력, 이혼, 정신 질환, 약물 복용, 극빈에 노출되어 있으며, 5분의 1 이상은 이 중 두 가지 이상을 겪으며 자라난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정서 발달 뿐만 아니라 학습에도 큰 장애가 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의 뇌는 ‘학습’이 아니라 ‘생존’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생존이 가능한 상황에서 학습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지요.
학대, 부모의 정신 질환, 허리케인 및 홍수와 같은 엄청난 일을 당했던 어린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느끼고 있는 불안과 분노 등의 감정들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보다는, 이런 감정들이 생길 때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우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면 팔을 움직이고 얼굴을 찡그리는 틱 장애와 같은 가시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장차 언제 드러나게 될지 모를 많은 잠재적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아이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대처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부모의 감정적 여유 (emotional availability)입니다. 아이의 상태를 볼 수 있는 부모라면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아이의 상태를 인지해 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야 ‘무슨 일 있니?’ 라고 묻는 부모에게 ‘Nothing.’이라 말하기 일쑤이지만, 사실 아이들의 ‘nothing’은 ‘many things’일 수 있습니다. 그 다음 단계는 아이가 말할 수 있도록 들어주는 것입니다. 혼자 있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좋아하는 인형을 꼭 안는 것, 팔을 둘러 스스로를 허그하는 것 등은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다음 단계는 아이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하루 일과에 일관성을 기하고 예측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다음 일과에 대해 미리 언급해 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결국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일지라도 들어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모 노릇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투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