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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살리는 부모


“톡톡톡” 조금 열린 구멍에서 껍질을 깨는 소리, 삐약삐약 우는 소리가 흘러 나옵니다. 부활절에 두 개의 알이 처음 부화되더니 지금까지 일곱 마리가 태어났습니다. 힘들게 껍질을 깨고 온 몸이 젖은 채로 부화기 안에 앉아 있는 병아리들을 발견하는 것도 적잖이 즐겁습니다. 처음엔 그 작은 부리, 작은 몸으로 단단한 껍질을 깨려는 병아리들을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도와주게 되면 대개 피부에 상처가 나면서 피를 흘리고 죽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 도와주는 것이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는 말이지요. 스스로 깨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저 부화기 안이 너무 건조하지 않도록 적당히 물을 부어주고, 부화한 후에 춥지 않게 한동안 히터 아래 두기만 하면 됩니다. 물론 잘게 부서진 모이와 물도 필요합니다.

병아리를 보며 배우는 교훈은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도와주고 싶지만 그저 아이가 스스로 극복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해줘야 할 일과 기다려야 할 때를 구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어른에겐 너무도 쉬운 일을 너무도 힘들어 하는 아이를 보며 급한 마음에 그냥 해주고 지나쳐 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한국 부모님들은 특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참고 기다리지 않으면 아이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경우들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몬테소리의 정신이 바로 그것입니다. 아이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교구와 환경을 갖춰 주는 것, 조금 잘못해도 다시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옷 입고 밥 먹고 공부하고 놀면서 건강하게 자라갑니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 부모에게 효도할 가능성도 훨씬 크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있는 필요를 스스로 발견하고 채워 나가듯, 부모의 필요도 발견하고 채워주려 노력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기다려 주고 참아주는 부모가 아쉬운 세상입니다. 과잉보호는 사실 스스로 깨고 나와야 하는 병아리의 껍질을 부모가 벗겨주는 것과 같은 일인데 그 폐해를 잘 보지 못합니다. 도와주지 않으면 마치 나쁜 부모가 되는 것처럼 죄책감을 갖는 경우가 오히려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가 해야 할 일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은 하게 해야 합니다. 아이를 훈련하는 방법입니다. 아이에게 능력을 키워주는 방법입니다. 아이를 살리는 길입니다.

김철규 원장, Veritas Montessori Academy

#케이티#휴스턴#한국 유치원#몬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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