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발견하는 경이 (AWE)
아침 일찍 유치원에 와서 밖에 놓인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아직은 젖어 있는 풀줄기와 싱그러운 이슬 냄새, 조용히 덩굴지며 담을 타는 푸른 잎새와 서서히 밝아오는 아침 햇살이 아름답습니다. 자연은 늘 경이롭습니다.
자연의 경이(awe)를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입니다. 자연은 오감을 모두 사용하여 교육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공간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사람은 자신의 영역 밖에 존재하는 세상에 대한 인식을 키우며 이기적인 자아를 극복해 나갑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는 사람은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부지런하여 창의력을 키우게 됩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사람은 그 속에 살아가는 기쁨을 갖게 되니 쉽게 좌절하거나 우울에 빠지지 않습니다.
떼를 쓰고 우는 아이, 아무리 달래도 통하지 않을 때 그저 데리고 나와 세상을 보게 하고 자연을 경험하게 하면 아이는 이내 침착해지는 것을 거듭거듭 보게 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저도 교육 분야에서 20여 년 일하여 아이들을 다루는 여러가지 노하우가 있지만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과는, 그 경이로움이 아이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힘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줄기차게 낚시를 다니던 류시화 시인은, 낚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난 십 년간 가장 인기 있던 시집 열 권 중 세 권을 펴낸 사람입니다. 그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아버지가 많지 않고, 그런 행운을 타고 나는 아이들이 많지 않겠지요.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갖고 아이들을 교육하는 부모와 선생님들이 있다면 조금 더 밝은 미래가 엿보입니다.
이상 기후와 자연 재해가 점점 더 심해지는 요즘, 자연을 아는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경제적 가치, 효용성으로 따지는 자연도 중요하지만, 자연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숫자로 따질 수 없는 그 혜택들도 볼 수 있겠지요.
우리가 받은 것보다 같거나 더 많은 자원을, 적어도 더 나빠지진 않은 상태로 우리 다음 세대에게 이 세상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sustainability의 개념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자녀와 다음 세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 기억해야 하지요. 자연에 대한 경이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감흥 없는 구호에 불과할 겁니다. 하지만 우린 오늘 또 어떤 방법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도와줄까 고민해봅니다.
Vertias Montessori Academy (vmakaty.org) 김철규 원장